주말인 23일 오후 5시쯤 이마트 수원 광교점. 장을 보러 나온 40대 주부 김모씨는 장바구니에 애호박, 백오이, 파프리카, 오렌지, 적상추 등을 골구로 담았다. ‘금사과’ 라고 불리는 사과도 들었다놨다를 반복하더니 한 묶음(5개 들이)을 샀다. 이날 이마트는 품목별로 농식품부 할인지원과 자체 할인행사를 진행했다. 김씨는 “과일과 채소 가격이 전반적으로 내려가 손이 간다”며 “쌀 때 구매하려고 오늘은 조금 넉넉히 구매했다”고 만족해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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주말인 23일 오후 5시쯤 이마트 수원 광교점을 찾은 고객들이 과일과 채소류를 살펴보고 있다. |
고공행진을 거듭하던 과일과 채소 가격이 소폭 안정화됐다. 정부가 ‘금(金)사과’ 등 치솟는 과일값을 잡기 위해 예산을 투입하고, 대형마트들이 체리와 키위, 망고 등 수입과일 물량을 대폭 늘린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.
실제로 이날 이마트에선 ‘농식품부 할인지원’ 행사를 통해 판매가 6980원인 파프리카(3입/봉)는 4886원, 판매가 5980원인 백오이(5입/봉)는 4186원, 판매가 1980인 적상추(200g)는 1380원에 각각 할인판매했다. 수산물도 영광굴비(10미, 2만9980원)를 40% 할인해 1만7988원에 선보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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농식품부 할인지원 행사 품목. |
치솟는 과일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과일로 대체했다.
추천상품을 통해 네이블 오렌지(특대) 6개를 평소 보다 30% 저렴한 9540원에, 미국산 만다린(감귤)은 1만4800원(1.8kg/한 박스)에 내놓았다.
인기 과일인 토마토와 포도 가격도 전주 대비 하락했다.
토마토는 ㎏당 4760원으로 1주일 새 10.5%, 포도는 6967원으로 5.7% 내렸다.
이마트 관계자는 “지난 1월 정부가 오렌지 할당관세를 조기에 인하하기로해 발 빠르게 미국에 가서 당초보다 물량을 50% 더 구해왔다”며 “4~5월 물량이 나오기 시작하는 뉴질랜드 키위와 미국산 체리 역시 물량을 늘릴 예정”이라고 말했다.
롯데마트도 직수입 물량을 확대했다. 베트남에서 직접 들여온 바나나를 필리핀산보다 30% 싼 송이당 2990원에 판매하기 시작했는데, 내달부터 이 물량을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.
국산 과일의 자리를 대체한 수입과일은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중이다.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 1월 오렌지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309%, 2월은 202% 늘며 2개월 연속 세자리수 성장률을 기록했다. 3월1~21일 체리 매출도 무려 512% 상승했다.
이마트와 롯데마트도 이달 수입과일 전체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51% 늘었다. 망고가 203%, 오렌지가 91%, 파인애플이 49% 더 팔렸다.
한편 정부는 장바구니 물가 급등세와 관련해 농축수산물 가격이 점차 하락하고 있다고 밝혔다.
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차관회에서 기재부는 “2월 주산지 기상 악화 영향으로 상승했던 대파(전주 대비 -11.0%), 시금치(-10.4%), 딸기(-12.4%) 등은 가격이 하락했다”며 “사과(-13.1%)·배(-18.1%) 가격은 작년에 비해선 높지만 전주보다 하락했다”고 했다.
기재부는 “소고기·돼지고기·오징어 등 축산물·수산물 가격도 전반적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”고 했다.
농수산식품유통공사(aT)에 따르면, 한우 등심은 전주 대비 7.6%, 돼지 삼겹살은 3.8%, 닭고기 4.4%, 계란 1.1% 가격이 떨어졌다. 정부는 최근 물가상승의 주범인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닭고기 수입 관세를 낮추고 오징어 등 수산물 공급을 늘렸다.
김기환 기자 kkh@segye.com